자살자의 심리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첫째는 고독이다.
물론 고독한 사람이 모두 다 자살을 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외로움을 찾으며 또한 그것을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심신이 다같이 건강할 때의 이야기이고 건강치 못한 인간이 외로움을 참고 극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대가 물리적으로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친구와 더불어 공부하고, 또한 함게 어우러져 일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심리적으로는 외로워지기 쉽다. 가족 구성원의 수는 물리적으로 적어지고 있으며 가족간의 인간관계도, 학교나 직장의 인간관계도 모두 희박해져서 자칫하면 고독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략)
자살자의 두 번째 심리적 특징은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한편 틀림없이 '누군가가 구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합하여진, 두 개의 마음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략)
고독한 영혼은 주위를 향하여 구원을 청한다. 또한 그것은 미치든지 자살의 형태의 나타난다. 유서 비슷한 것을 써서 집안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쉬운 곳에 놓아 두거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뇌까리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반항적이 되어서 결국은 가출과 같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주위 사람들은 그의 고뇌를 알아차리고 구원의 손을 뻗치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주위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든가 알고도 방치해 두면, '구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그림자를 감추어 버리고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자살한 사람의 과거를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그 대부분이 자살의 예고 징후를 보였다고 한다. 자살 미수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도 많다. 예고 징후의 주요한 것들을 들어보면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죽음의 표현, 불면, 우울, 초조, 식음부진, 체중감소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대개가 우울증이나 신경증의 증상이다. 그리고 또 이러한 증상은 우리들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터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심신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내가 강연회에서 이 이야기를 했을 때 어떤 사람이 질문하기를 "그런 일은 매일 경험하고 있어요. 자살의 예고징후란 말은 당치 않아요."하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자살이란 언제나 내게서 혹은 내 가까이서 일어나는 현실인 것이다. (후략)
오하라 겐시로, 몽유병 시대에서,
'산다는 것이 황홀하다' 우지끼 노부로, 알돌기획 53-54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