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지금 말하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이며 사랑학의 창시자인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책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 보면 꼬마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는 잠자다가 벌떡 일어나 엄마에게로 간다. 깜짝 놀란 엄마가 무슨 일이냐며 묻자 꼬마아이는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그는 단지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난 것이다. 아마도 그 엄마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꼬마 아이를 가슴에 꼭 품어 주었을 것이다. (오밤중에 웬 소란이냐며 아이를 호통치는 부모는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나면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 마음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사랑해"하는 말을 꿀꺽 삼키고 나면 그 시간은 좀처럼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영원히 꿀꺽꿀꺽 삼키다 평생 단 한 번도 그 말을 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많은 부부들이 상담을 하러 온다. 대부분 의사소통의 문제이다.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점점 상담하러 오는 연령층이 젊어진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에는 결혼하고 3주 만에 찾아온 부부도 있었다. 그들은 사랑하며 결혼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가는 순간부터 부부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사랑은 점점 지쳐갔고 식어갔다.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상담실을 찾아왔지만 그들의 마음은 이미 절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로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사랑했지만 서로에게 사랑의 말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서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로는 서로에게 사랑받기를 더 갈구했다.
남편의 외도로 가정위기에서 찾아온 오래된 중년 부부는 3개월 간의 상담을 마치고 상담 종결기에 처음으로 서로 껴안았다. 서로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말을 했다. 남편은 난생 처음 사랑을 고백한다고 하며 쑥스러워했다. 아내의 얼굴에는 행복과 기쁨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할머니가 된 어머니와 엄마가 된 딸이 처음으로 화해를 했다. 어머니는 어려웠던 시절,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해야 했고 자녀들에게 소홀히 해야 했다. 그러나 어린 아이였던 딸은 다른 어머니처럼 따뜻하지 않은 어머니가 싫었다. 엄마가 된 지금에서야 그 때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때의 서운했던 감정은 풀리지 않았다. 모녀가 처음으로 상담실에서 어린 시절의 앙금들을 풀어놓았다. 모녀에게 서로 등을 돌리고 앉아 손을 잡고 사과의 말, 용서의 말을 하도록 했다. 말을 마치고 서로 껴안으라고 했을 때 딸은 어머니를 안은 채 펑펑 울기 시작했다. 울먹이며 "사랑해"라고 말했다. 그녀는 평생 처음으로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만약 엄마가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신다면 딸은 평생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하지 못하고 이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내 사랑을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고백해 주길 원하고 있다. 우리가 주님을 입으로 시인하는 것처럼, 사랑 역시 입으로 고백할 때 그 힘을 발휘한다.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그 때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럼 지금 당장 고백하라. 사랑해!라고.
2008년 수원신학교 신문 게재
이태훈(수원신학교 기독교사회복지학과 교수 / 행복가정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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