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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요나단
Subject   [콩트-1992] 날아간 새
날아간 새  



김집사는 아내가 거들어 주는 한복을 입으며 괜히 신경질을 부렸다.
"안쪽이야 바깥쪽이야? 아니 대님 매는 법도 모르면서 한복을 입으라는 거야?"
"우리의 명절인 설날에 한복을 안 입으면 언제 입어요? 괜히 나 따라오기 싫으니까 화 내는 거죠?"

사실 그랬다. 김집사는 처갓집에 가는 것이 그렇게 싫고 귀찮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내색을 했다가는 또 자기집만 집이고 여자집은 집도 아니냐며 투정을 부릴 게 뻔했으므로 애꿏게 대님에게만 신경질을 냈다. 아내는 딸만 셋 있는 집의 셋째였다. 회사에 갓 입사하여 멋모르고 은행 아가씨와 미팅한 게 결혼의 시작점이었다.

결혼한 언니들의 남편이 모두들 일류기업에 다닌다는 것만 알았어도 김집사는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중소기업의 말단 사원인 그는 처가댁에 가서 만나는 ㅅ그룹, ㄷ그룹, ㅎ그룹의 사원들인 형님을 만나면 괜히 주눅이 들고 열등감만 생겼다.

김집사는 결혼하기 전 세상의 보통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했었다.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것은 기본이었고 철저히 향락 퇴폐적인 사회에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아내인 은미를 만나고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집안에서 유독 혼자만이 기독교인이었던 은미 때문에 그는 좋아하는 술과 담배를 모두 끊어야 했다. 그러나 진정 하나님을 만나고부터는 세상적인 것들을 많은 미련 속에 남겨 두어야 했다. 그러니 자연히 세상 친구들과는 멀어지게 되었고 교회 일에만 충성하게 되었다.

인기척이 나자 앞서 와 있던 ㅅ그룹, ㅎ그룹, ㄷ그룹의 형님들과 그의 충실한 부인들이 환한 얼굴로 달려 나왔다. 아내는 언니들과 얘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고 김집사는 그룹 형님들과 얘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얘기는 작년에 산 차가 벌써 못 쓰게 되었다느니, 설날 보너스가 몇 퍼센트라느니 하는 따위의 것들이었고, 김집사는 여기에 한 마디도 끼어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대화의 단절은 알 수 없는 분노와 열등감이 저 바닥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게 만들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메슥함마저 느껴져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때 갑자기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로의 집안 명예를 걸고 고스톱을 치자는 것이었다. 순간 이 일을 주님께서 기뻐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새 그의 손에는 화투짝이 들려져 있었다. 아내가 멀리서 빠져나오라는 눈짓을 해 왔지만 김집사는 빠질 수가 없었다. 묘한 복수심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여기서라도 이겨야 한다. 뭔가 나도 잘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김집사는 이를 악다물고 전투에 임하는 자세로 화투판을 향했다. 이제는 잊혀진 먼 기억의 저편, 한 때 친구들이 프로수준이라며 함께 화투치기를 꺼려했던 그가 아닌가.

한 판 두 판, 판이 이어질수록 김집사의 손은 감각을 찾았고 머리는 예전의 실력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네들도 만만찮게 볼 실력들은 아니엇다. 금요일 저녁 친구들 집에서 숱하게 밤을 새며 젊음을 탕진한 경력의 남편들이었다. 그런 실력파들이었기에 김집사는 완전한 감각을 익히기도 전에 지갑에 들어있는 돈을 모두 잃고 말았다. 이만 원만 넣어온 걸 후회하며 김집사는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집에 돌아가서는 무조건 손이 발이 되도록 빌리라 작정을 하고, 그는 아내에게 반 억지로 삼만 원을 꾸었다. 오만상으로 찌푸리면서도 아내는 분위기를 흐트리지 않도록 순순히 고리대금업을 수행하였다.
아내는 김집사의 실력을 모르고 있었다. '나를 아내로 맞아 들이려면 먼저 교회엘 나가야 하며 그 다음은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해요.'라고 얘기를 해서 술과 담배는 끊게 했지만 남편이 고스톱의 명수라는 얘기는 듣지도 못했고 실제로 고스톱 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님을 영접한 뒤 김집사는 스스로 화투를 죄악시하여 손을 끊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설날인 오늘 결국 화투에 다시 손을 대고 말았다. 속에 잠재해 있던 그들에 대한 열등감과 수치감이 화투만은 그들을 이길 수 있다고 부추겼기 때문이었다. 그 열등감과 수치감은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사탄의 속삭임이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속담의 그 구르는 재주를 김집사는 고스톱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아내에게 빌린 삼만 원이면 충분했다. 물론 이만 원을 잃은 상태지만 돈보다는 그네들에게는 화투만은 깁집사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어찌보면 얼마 안되는 돈일수도 있지만 이런 노름 같은 곳에서의 돈은 백 원을 잃어도 아까운 법이었다. 방 안에 있던 사내들의 눈이 서서히 붉은 빛으로 감돌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서로 이야기하며 웃고 있지만. 서로는 서로를 경계하며 '최소한 이 분야에서는 내가......'하는 생각들을 가지며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었다. 판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세력을 서서히 김집사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김집사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두 판을 이기면 꼭 한 판은 져 주었다. 여인네들은 자기들끼리 떠드는 것이 지쳤는지 남편 옆에 붙어서 돈이 들어오고 나감을 지켜 보았다. 그러다 자기 남편이 딸라치면 금세 얼굴에 화색이 돌며 요즘엔 고스톱을 모르면 고등학생들도 친구로 끼워주지 않는다는 둥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아까부터 자꾸 그만 끝내라는 아내의 신호를 받고 김집사도 이 쯤에서 일어서고 싶었다. 이 정도면 이제 자신을 알아보리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판을 한 번 져주고 일어서야지 하고 김집사는 크게 여유를 가졌다. 화투를 받아들고 패를 살펴보던 김집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주여'하고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지금까지 중에서 이렇게 나쁜 패를 받아본 적이 없는 그런 악패였다. 아무래도 크게 잃을 것 같았다.
아까의 잃어주겠다는 다짐은 금세 없어지고  '주여, 이번만하고 끝내겠습니다. 조금만 봐 주세요.'하고 김집사는 변명처럼 기도를 했다. 돌을 달라고 해도 아이에게 더 좋은 떡을 주실 하나님인데 하는 생각이 김집사의 가슴 속 저쪽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주님, 이번 한 번만입니다.'
김집사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머리와 손과 눈을 최대한 이용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가 크게 굳어졌던 김집사의 얼굴이 점점 밝아오기 시작했다.
'아, 주님께서 나를 진정 도우시는가보다.'
새 다섯 마리를 모으면 5점인데 벌써 네 마리나 모았고 그 남은 한 마리의 짝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 새 한 마리만 모으면 이기는 것이다. 김집사는 거듭거듭 이후로는 절대로 화투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주님께 다짐하면서 새를 붙여달라고 매달렸다. 다른 사람들도 다 2점씩 딴 상태였기 때문에 김집사는 조바심이 났다.

순간 김집사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그 고대하던 새가 나왔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김집사의 눈을 바라보며 낭패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김집사는 애서 감추려 했으나 넘치는 희열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때 갑자기 밖이 소란스워졌다. 손님이 온 모양이었다. 문쪽으로 흘깃 시선을 보내던 김집사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내가 제일 아끼는 교회 후배로ㅅ 이 집안 사람들과는 가족처럼 지낸다는 혜미 양, 아니 유년부에서 같이 교사를 하는 박혜미 선생이 아닌가.

"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머, 김 집사님."

박혜미 선생은 반색을 하며 김집사에게 인사를 해 왔다. 김집사는 왼손에 화투를 든 채 엉거주춤 일어섰다.
"설 잘 쇠시구......"

김집사는 인사를 하다 박 선생 뒤에 서있는 낯익은 사내를 발견하고는 다시 한번 얼어붙고 말았다. 유년부의 지도 교역자인 전도사님이 아닌가.

"안녕하세요. 김 집사님. 이번 3월에 박혜미 선생님과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 축하드립니다."

김집사는 얼른 왼손을 등 뒤로 감추며 멀리 하늘로 날아가는 새 다섯 마리의 환영을 뒤쫓았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귀찮더라도 당신의 아들과 딸 화투판에도 따라다니시며,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주의 사자까지 보내신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1992, 교회복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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