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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요나단
Subject   파리에 대한 단상
파리에 대한 단상



갑자기 파리가 많아졌다. 파리나 사람이나 다 먹고 살자는 하는 일이라지만 파리가 많아지니 자연히 활동에 제약이 가해졌다. 어느 분이 말한다. 자기는 몸에 땀이 많이 나서 파리가 다가 오지만 선생님은 파리를 사랑해서 파리가 모인다고. 사실 내가 파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눈이 낮은 편은 아니다. 그러니 굳이 파리를 꼭 사랑해야 할 까닭은 없다. 그렇다고 파리를 증오하거나 때려 죽일만큼 미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파리를 죽여야만 하는 이율배반적인 환경이 조금 서글프다. 서로 친구로 지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사실 오늘도 벽에 붙어 있던 파리 한 마리를 종이 뭉치로 떄려서 기절을 시킨 뒤 화장지로 집어 휴지통에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이 친구가 무슨 잘못이 있어 이런 죽음을 당해야 하지? 파리가 나를 때린 것도 아니고, 해코지 한 것도 아닌데다 모기처럼 바늘을 쑤셔넣고 피를 훔쳐가서 하루종일 침발라가며 문질러야 하는 것도 아닌데.

파리는 그저 모니터 위에 오두커니 앉아 열심히 두 발바닥을 비비거나, 모니터 화면으로 옮겨 와 신기한 듯 이쪽에서 저쪽으로,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날아다녔다. 나는 마우스 커서가 어떤 영향을 줄까 하여 열심히 파리를 쫓아가 클릭을 했지만 파리는 전혀 어떤 떨림도 감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서로 다른 차원에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니터 안의 마우스 움직임이 모니터 밖의 파리를 조정할 수 있다면 그건 차원의 이동에 해당할 것이지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심히 파리가 앉아 있는 화면의 그 위치로 마우스를 옮겨 열심히 클릭질을 했다. 그것은 사실 게으름의 전형적인 행태였다. 손을 마우스에서 떼어내고 그 손으로 파리를 쫓는 시늉을 해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 손에 쥐고 있던 마우스를 옮겨댄 것이다.

사실 파리는 인간에게 상당히 귀찮은 존재다. 가끔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신체 부위-특히 머리 위-에 앉아서 꼼지락거리면 나는 물에 빠졌다 나온 강아지처럼 머리를 세차게 흔들거나 손을 움직여 파리를 쫓아야만 한다. 그런데 파리는 다른 곳에 날아갔다가는 좀 있어 신경을 끄고 있으면 어느새 날아와 까치처럼 둥지를 틀려고 한다. 얕아진 내 숲 세계에 들어와 노닐려고 한다. 이럴 때가 아니면 파리와 친구가 되기 힘들다. 어쩌면 파리는 내게 친구가 되고 싶어 끊임없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 땐 정말 잠시라도 파리와 친구가 되어라.

파리는 나쁜 균을 옮길 수 있다. 이쪽의 균을 저쪽으로 옮겨 섞음으로써 세균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나는 파리가 앉았던 음식을 먹어 사망에 이른 사람을 아직은 접해보지 못했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그렇다. 벌처럼 파리가 앉았던 음식을 먹는 순간 목이 부어 오르거나 독이 살포되어 생명의 존폐를 다루는 위급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파리가 위협적이지는 않다. 기껏해야 내가 먹던 물컵에 앉아 입술을 대기 힘들게 한다든지. 반찬 주위를 알짱거려 속을 상하게 하는 정도다. 오히려 언제나 내 손짓 하나로 도망가게 만드는 인간의 우월성을 언제나 느끼게 만들어주는 만만한 존재다.

그래서 나의 무자비한 파리 때려잡는 행위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초등학교였던 시절, 여름방학이면 숙제로 파리 200마리 잡아오기가 있었다. 그때는 열심히 놀다가 방학숙제는 언제나 며칠 남겨두고 했기에 온 동네의 파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시기가 있기도 했다. 지금도 생생한 건 파리채를 들고 동네 골목을 샅샅이 훝던 기억이다. 가끔씩은 그 때 전교생이 가져온 그 수만 마리의 파리들을 다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같이 파리가 많다면 100마리 정도는 일주일이면 잡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태풍이 지나가면 그때 해충들도 같이 쓸어간다는데, 다음 번 태풍이 온다면 여름철 파리들도 같이 데려가면 좋겠다. 윤리배반적인 모순 앞에서 파리와 친구와 적의 관계를 계속 갈등하기보다는 타의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솔직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파리는 여전히 내게 친구하자고 두 발을 열심히 비비고 있다. 2010.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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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03 -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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