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고 한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19세기 말 미국의 한 특허청장이 퇴임인사를 하면서 “수 많은 발명에 의해서 세상이 이만큼 진보했습니다. 이제 100년 정도가 지나면 발명은 바닥이 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발명으로 인한 특허출원 건수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더 많은 발명가들과 기업들이 새로운 발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분야에선 이제 더이상 발명될 것이 없다고들 얘기한다. 발명될 것은 다 발명되어 나와있기 때문에 아무리 머리를 써도 나올 게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물론 옛날 얘기이긴 하지만 그렇게 옛날도 아니니 어쩌면 그런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의 일이다. 여자들이 바느질을 할 때 쓰는 골무는 본디 금속제로 만들어져 있었다. 피혁공장에 다니고 있던 이시가와는 생계를 돕기위해 삯바느질을 하는 아내의 손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는 것을 보고,자신이 다니던 공장의 쓰레기통에 버려져있던 고무를 이용하여 골무를 만들었다. 아내의 기쁨과 함께 이시가와는 특허출원을 마치고 골무공장을 세웠다. 그리고 유사품이 공장의 생명을 위협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가죽 안쪽에 셀룰로이드, 나무판자 따위를 붙여서 실용신안으로 출원하여 복제품의 난립을 막으면서 신제품 개발에 힘썼다. 이로 인해 골무에 관한 실용신안은 무려 열한 건이나 등록이 되었고, 이시가와는 골무에 있어서 완벽하게 자신의 성을 쌓았다. 이시가와 스스로가 생각해 보아도 골무에 관한 한 더이상의 발명은 나올 것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고베시즈라는 사람이 골무의 안쪽에 브이자(V)형 자국을 내고 그 가운데에 안전면도날을 넣어, 상처를 내지 않고 실을 끊을 수 있도록 하는 골무의 실용신안을 등록받았다. 이 실용신안에 대해 이시가와는 한 개에 40전 씩의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하고 그 권리를 사들였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서 치카에 카즈오라는 사람이 비닐파이프를 끊어서 골무를 만드는 법을 발명하였다. 이 골무는 투명한 코발트색으로 아름다우면서도 값이 무척 쌌다. 거기다가 고리형의 골무를 만들기 위해 실이나 끈으로 매야하는 품도 들지 않았고, 재료의 낭비가 거의 없었으며 속도도 훨씬 빨랐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발명이란 끝이 없는 것임을 새삼 깨달은 골무의 발명가 이시가와 씨는, 계속적으로 골무개발에 전념하여 50여 건이 넘는 골무를 개발하였고 “골무의 대부”라는 칭송을 들을 수 있었다.
1996년 11월 삼성중공업 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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