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람이다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흔적없이 도망치는 바람
풀잎 끝에 시 한 줄
엉터리로 얹어놓고 가는
바람 같지도 않은 바람
바람인지도 모르기에
왔다 가는지도 모르기에
서글프고
외로워서
댕강 댕강
풍경만 울리고 떠나는
속 좁은 바람
너무 수줍어
손도 내밀지 못하고
말도 꺼내지 못하고
발끝만 비비적거리다
풍차에 휩쓸리고 마는
정녕 어리석은
내가 바람이다
바람 불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대가 느끼지 못할 뿐
바람은 느끼는 게 아니라
뛰어가 맞이해야 하는 것
머리카락까지 모조리 당신 품에 뛰어들 때
빨주노초파람개비
파르르 파르르
바람은 결코
울지 않고
바람은 결코
무릎 꿇지 않는다
바람은 결코
이별하지 않는다
2012.04.23.
요나단 이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