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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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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요나단
Subject   밥을 사랑한 아이
밥을 사랑한 아이



뚱!
아이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뚱! 뚱!
아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습니다.
 
파란 눈을 가진 새 엄마와 새 아빠는 카니를 앞에 두고 어찌할 바를 몰라 속만 태우고 있었습니다.
"하니. '툰'이란 게 무슨 뜻일까요?"
"글쎄. 주변에 한국 아이를 입양한 친구들이 하나도 없으니 어디 물어볼 때도 없고……. 오, 퉁퉁퉁. 혹시 장난감을 달라는 건 아닐까?"
그레이스와 줄리안은 카니에게 장남감도 줘 보고 물도 가져다 줘 보고 했지만 도대체 카니의 요구사항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카니는 참다 못해 뚱! 한 마디를 외치고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하니. 이게 무슨 냄새지요?"
"오우, 이런. 퉁!이 뭔지 이제 알겠구료. 카니를 화장실로 데려갑시다."
그레이스가 카니에게 다가갔지만 카니는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마구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가! 가!"
"오우, 카니 다루기가 정말 너무 힘들어요. 다른 입양 아이들은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던데."
 
카니라 불리는 아이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멀리 한국에서 같이 놀던 아이들 얼굴이 떠 올랐습니다. 고아원 선생님 얼굴도 떠 오르고 늘 자기를 챙겨주던 숙희 얼굴도 떠 올랐습니다. 카니는 어느새 꿈나라로 빠져 들었습니다.
 
줄리안은 잠든 카니를 화장실로 데려가 몸을 깨끗하게 씻겼습니다. 까무잡잡한 동양 아이에게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비누로 아무리 씻겨도 그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코를 움켜쥐고 지켜보던 그레이스가 다가왔습니다.
"하니. 카니 몸이 이상해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어요. 얼마나 굶었으면……."
그레이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몸이 야윈 아이는 처음 보았습니다. 얼굴만 보았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몸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쩍 말라 있었습니다.
"내일 병원에 데려가 봅시다. 아무래도 영양실조인 것 같소."
줄리안도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잠시 졸며 쉬고 있던 그레이스와 줄리안은 카니와 외마디 비명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습니다.
밥!
밥!
좀 전에 카니가 외치던 소리와 비슷하게 들렸습니다.
"설마 또 화장실에 가고 싶은 건 아닐 텐데?"
그레이스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밥!
아이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다시 소리를 질렀습니다.

"팝? 노래를 틀어달라는 건가?"
그레이스는 전축으로 다가가 음악을 틀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다시 소리쳤습니다.
 
밥!
그때 줄리안이 카니에게 다가갔습니다.
"카니야. 혹시 팝콘 말하니? 파압 코온?"
 
파압!
카니는 다시 소리를 질렀습니다.
"달링. 빨리 가서 팝콘을 꺼내 와서 아이에게 주구려. 아마도 한국에서는 팝콘을 팝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오."
글레이스는 얼른 달려가서 냉장고에서 팝콘을 꺼내 왔습니다. 그러고는 전자레인지에다 넣고 따뜻하게 데웠습니다. 카니는 팝콘을 받자마자 순식간에 다 먹어 치웠습니다.
 
파압!
그러고는 다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레이스는 다시 팝콘을 꺼내 왔고, 카니는 그것도 금방 먹어 치웠습니다.
"오우, 카니가 이렇게 팝콘을 좋아하는 줄 몰랐네. 달링. 가서 냉장고에 있는 팝콘을 몽땅 꺼내 오구려."
카니는 일주일 치 팝콘을 혼자 다 먹어 치웠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먹을 것을 준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팝콘을 건네 주던 그레이스와 줄리안은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팝콘만 너무 먹으면 안 좋은 데?"
"하니, 배가 고픈 것 같으니까 다른 걸 줘 볼까요?"
"그래요. 햄버거하고 콜라를 줍시다."
그레이스와 줄리안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아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밥!
밥!
팝!
 
햄버거, 콜라, 스푸, 샐러드, 심지어는 캐첩까지 몽땅 다 먹어 치웠습니다.

웩!
그러더니 갑자기 카니가 먹은 음식물을 다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펫은 엉망이 되었고 집안은 시큼한 냄새로 가득찼습니다. 새 엄마 그레이스는 처음 당하는 일에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당황하기만 했습니다. 한참을 토하던 카니는 울다가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깨끗하게 씻기고 다시 입힌 옷은 어느새 음식물로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우, 정말 이 아이 배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레이스는 지친 표정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아무래도 배에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이오. 내일 병원에 가서 자세히 알아 봅시다."
"그건 그렇고 당장 오늘 저녁은 굶게 되었네요."
그레이스는 희미하게 웃으며 줄리안 어깨에 기대었습니다.
 
다음날, 카니는 파란 눈을 가진 새 엄마, 새 아빠 손에 이끌려 병원엘 가게 되었습니다. 카니는 두려워서 어쩔 줄을 몰라 벌벌 떨었습니다. 가느다란 떨림이 손을 잡고 가는 줄리안의 손에도 전해져 왔습니다.
"카니야. 너무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네가 어디 아픈지 알아보러 가는 것 뿐이니까."
그러나 카니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죄다 이상한 꼬부랑 말만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떠나기 전날 혁이가 들려준 말이 다시 떠 올랐습니다.

"웅아. 너 있잖아. 미국에 가면 절대로 병원에 따라 가지 마."
"왜?"
"나도 들은 얘긴데, 미국에서는 우리를 데려다가 자기 아이들 병 고치려고 눈알을 빼간대."
"치, 내가 미국 간다고 하니까 쌤통 나서 그러지?"
"아니야. 정말이라니까, 어떤 아이는 머리카락도 몽땅 잘리고, 한쪽 팔도 뽑혔대."
웅이는 한국에서도 병원엘 가본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언제나 의사 선생님이 고아원에 와서 진찰을 하곤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하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예쁜 간호사 언니들은 좋았지만 주사 바늘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줄리안은 어린이 전문 병원으로 성큼 들어섰습니다. 갑자기 카니가 소란을 피울까 봐, 손을 더욱 세게 잡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의사 선생님을 보자 카니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시러! 시러! 내 눈 뽑으려고 그러지!"
그러나 카니는 어느새 자신을 둘러싼 간호사들에 의해 주사를 맞고 힘이 쭉 빠지고 말았습니다.
 
한참 시간이 흘렀는지 사방이 조용했습니다. 웅이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눈을 이리저리 굴려 보았습니다. 눈알을 빼 가지는 않았습니다. 팔다리도 꼼지락거려 보았습니다. 팔도 그대로, 다리도 그대로, 눈도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한쪽 팔에 주사기가 꽂혀 있고 긴 고무호스가 유리병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휴, 살았다.'
웅이는 안도감에 다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영양실조에다 폭식증으로 섭식 장애가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너무 못 먹다 보니까 영양소가 결핍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식사를 계속 거르거나 굶게 되면 몸에서 채우지 못했던 필요한 영양소, 충전해 놓아야 하는 영양소들이 외부로부터의 끊임 없는 공급을 원하게 되지요. 그래서 한번 먹게 되면 끝도 없이 먹게 되는 것입니다. 몸에서 필요로 하는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은 먹기 시작하면 고칼로리, 기름진 음식을 골라서 먹게 됩니다. 그러나 먹는 순간만큼은 통제력을 잃기 때문에 많은 양의 음식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먹어 치우지요."
"맞아요. 어제 어찌나 빨리 해치우는지, 정말 배 속에 거지가 들어 앉아 있는 줄 알았어요."
그레이스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리고 먹고 나면 배 속에 있는 위가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에 복통을 일으키고 토하게 됩니다. 힘드시겠지만 잘 보살펴 주세요. 심리적인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의사 선생님은 줄리안과 그레이스 부부에게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줄리안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카니를 슬쩍 쳐다 보았습니다.
"한국에는 아직도 못 먹고 굶주리는 아이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이제 2년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힘들기는 하지만 열심히 키워 보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줄리안은 의사 선생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레이스는 웅이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카니는 하얀 침대 위에 링겔을 팔에 꽂은 채 꿈나라에 가 있었습니다. 꿈 속에서는 다시 웅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까만 보리밥 한 그릇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웅이, 혁이, 철이, 순희, 명희, 문수 모두 한 걸음씩 보리밥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보리밥은 막 식당에서 나온 듯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습니다. 혁이가 갑자기 달려가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철이도 달려갔습니다. 순희, 명희, 문수 모두 달려갔습니다. 보리밥은 이제 보이지 않았습니다. 웅이는 뒤늦게 달려갔지만 밥알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웅이는 울면서 보리밥이 담겨 있던 그릇을 벽에 던졌습니다.
 
밥!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보리밥이 담겨 있던 플라스틱 그릇이 두 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파란 눈의 새 엄마가 달려왔습니다.
"카니. 무슨 일이니?"
파란 눈의 새 아빠가 달려왔습니다.
"배 고프니? 파압?"
카니는 눈을 떴습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밥."
"그래 알았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한 그릇씩만 먹기다. 알았지?"
웅이는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랐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습니다.
"밥."
카니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줄리안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습니다.
웅이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그리웠지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이 곳도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창문으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아지랑이가 창틈으로 피어 올랐습니다. 보리밥 위로 모락모락 피어 오르던 따뜻한 김처럼 말입니다. 어디선가 구수한 보리밥 냄새가 나는 것만 같습니다. 웅이는 입 속으로 조용히 웅얼거렸습니다.
"밥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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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02 -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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