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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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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요나단
Subject   얼음왕자와 아지랑이

어느 날, 백두마을 사람들에게 이상한 초대장이 배달되었어요. 그게 왜 이상하냐고요? 혹시 얇은 얼음으로 빛나는 초대장을 본 적이 있나요? 찢어지지도 않고 접어지지도 않는 얼음 초대장은요. 손을 놓으면 공중에 연기처럼 떠 있는 초대장은요.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간 것처럼 얼음 초대장에 적힌 글은 다음과 같았어요.

 

결혼 파티에 백두마을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오실 때는 외투를 잊지 말고 꼭 가져 오세요.

 

겨울나라 얼음 청년으로부터

 

 


사실 백두마을에는 이상한 집이 한 채 있답니다. 아니 집이라기보다는 대궐이 더 어울릴까요? 글쎄요. 하여튼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산으로 올라가다 보면 성처럼 긴 담벼락이 둘러쳐진 커다란 집이 한 채 있답니다. 그런데 그 집에서 사람이 나오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어떤 사람은 도깨비가 산다고도 했어요. 집을 둘러싸고 있는 벽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거든요. 멀리서 보면 으스스한 게 꼭 도깨비가 나올 것 같아요. 그렇지만 요즘 세상에 도깨비가 어디 있겠어요. 산 중턱에 이르면 팻말이 하나 붙어 있는데 '여기서부터는 꼭 외투를 입으세요.'라고 적혀 있어요. 사람들은 그 팻말 위로는 올라가지 않았어요. 아무도 그렇게 명령한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들 그렇게 했답니다. 사람들은 '여기서부터 외투를 입으세요'라는 말을 '여기를 넘어오면 죽습니다.'라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 거지요. 어떤 사람은 그 집에서 괴상한 웃음소리를 들었다고도 했고 어떤 사람은 무시무시한 노랫소리를 들었다고도 했어요. 집 주위에는 언제나 견디기 힘들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유령이 산다고도 생각했지요. 생각해 보세요. 뜨거운 여름철인데도, 그 집 부근에서는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추웠으니 그게 유령 사는 집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름철에 팻말 아래에까지 가서 더위를 피하곤 했답니다. 거기보다 더 시원한 곳은 없기도 했지만 조금 무섭기도 한 그것이 더위를 더 잊게 해준다나 뭐라나 하면서요.

 


백두마을은 초대장 때문에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발칵 뒤집혔답니다. 겨울나라라고 적혀 있지만 그건 지금까지 입이 아프도록 얘기한, 으스스한 바로 그 집이거든요. 마을사람들은 두세 명만 모이면 모두 초대장 얘기를 했어요. 결국 전체 마을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열게 되었고 몇 사람이 먼저 산 위로 올라가 직접 확인해보기로 의견을 모았답니다. 회의 결과 백두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금수강산과 가장 용감한 으랏차차가 갔다 오기로 결정이 났어요. 둘은 죽기보다 겁이 났지만 회의 결과를 따를 수밖에 없었지요.

 

"어휴 추워. 이렇게까지 추운 줄 몰랐는 걸. 그런데 문이 어디 있지?"

"저기 반짝거리는 게 있는데 저기가 문 같아요."

두 사람은 집을 자세히 살펴 보았어요. 바깥 벽은 붉은 벽돌로 높이 쌓아져 있었는데 오래 되어서인지 색깔이 우중충했어요. 벽돌 틈 사이로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는데 하나같이 김치를 만드는 무보다도 더 두꺼웠어요. 반짝거리는 것은 얼음으로 조각된 문패였는데 '얼음 청년의 집'이라고 예쁘게 조각되어 있었어요. 문패는 금처럼 반짝반짝 눈이 부셨어요.

"문패가 참 예쁘군.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지혜로운 금수강산이 속삭였어요. 그러나 으랏차차는 아무 말이 없었어요. 아마 겁을 잔뜩 집어 먹었나 봐요. 문패 옆에 계란 모양의 자그마한 문이 있었어요. 문을 두드리자 머리에 하얀 띠를 두른 예쁜 소녀가 나타났어요.

"어서 오세요. 왕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소녀가 방긋 웃었어요.

"왕자님이라구?"

금수강산이 여우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물었어요.

"에이. 요즘 세상에 왕자가 어딨어요?"

으랏차차도 믿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나 소녀는 따라 오시지요,하면서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갔어요. 둘은 주저주저했지만 소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정원에는 눈이 하얗게 덮인 나무들이 있었어요. 조금 걸어가자 눈이 얼마나 많이 왔던지 무릎까지 푹푹 빠졌어요. 그런데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 위를 사뿐사뿐 걸었어요. 한참을 눈과 씨름하며 걸어가자 아래쪽에 꽁꽁 언 호수가 나타났어요.호수에는 푸른 오리 수십 마리가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며 놀고 있었어요. 호수 중앙에는 온통 얼음으로 번쩍거리는 건물이 얼어붙은 듯 떡하고 서 있었지요. 소녀가 호숫가로 다가가자 커다란 오리 세 마리가 미끄러지듯 다가왔어요.

"올라 타시지요."

둘은 머뭇머뭇하며 오리 위로 올라탔어요. 오리는 먹는 음식이었지 말처럼 타고 다니는 건 아니었거든요. 소녀가 올라타자 오리들은 꽤액 소리를 내지르더니 얼음을 지치며 달려가기 시작했어요. 오리들은 콧김이 하얗게 하늘로 올라가도록 열심히 달렸는데,얼마나 빨리 달렸던지 두 사람은 오리 날개를 꼭 붙잡고 있어야만 했답니다. 둘은 조용히 얼음 성 안으로 들어갔어요. 넓은 거실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식탁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역시 얼음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의자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어요. 둘은 벽에 걸린 액자랑 진기한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하얀 보자기로 온 몸을 휘감은 사람이 나타났어요.

"유, 유령이다."

금수강산과 으랏차차는 갑자기 나타난 하얀 보자기 때문에 비명을 질렀어요.

"아,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얀 보자기로 온 몸을 감싼 사람이 말했어요.

"제 모습을 바로 보여 드리면 더 놀라실 것 같아 보자기로 가렸는데 그게 여러분을 더 놀라게 하였군요."

"다, 당신이 초대장을 보낸 얼음 청년인가요?"

추위를 유난히 탄다며 털모자를 푹 눌러 쓰고 온 금수강산이 외쳤어요.

"예. 제가 바로 초대장을 보낸 얼음 청년입니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다, 당신 얼굴을 보여주세요."

두려움을 무릅쓰고 으랏차차가 말했어요.

"굳이 보시길 원한다면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기 식탁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제 몸도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답니다. 부디 놀라지 않기를."

청년은 하얀 보자기를 샤라락 벗어 던졌습니다.

"다, 당신, 정말 사람인가요?"

으랏차차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예. 저는 겨울나라의 샐녘 왕자라고 합니다."

샐녘 왕자라고 이름을 밝힌 청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어요. 문패가 반짝거렸던 것처럼 샐녘 왕자의 몸도 눈이 시릴 정도로 반짝거렸지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얼음 조각으로 착각할 정도였어요. 그가 하는 말들은 사방의 얼음 벽을 퉁기며 투명하게 쟁쟁거렸습니다.

"당신 얼굴을 보지 못하겠어요. 너무 눈이 부시는군요."

용감한 으랏차차였지만 지금은 사시나무 떨 듯 온 몸을 떨고 있어요.

"아, 추운 곳에 오래 계시게 했군요. 차도 한 잔 대접하지 않고."

샐녘 왕자는 중앙에 놓인 식탁으로 안내했어요. 하지만 둘은 차가운 식탁에 앉을 마음이 전혀 없었어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저희들은 단지 초대장이 가짜가 아닌지. 누가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마을사람들을 대표해서 찾아온 것입니다."

"이제, 왕자님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마을로 돌아가서 본 대로 말하지요."

둘은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조금만 더 있다간 손도 마음도 얼어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샐녘 왕자가 겨울나라 보석을 한 웅큼씩 자루에 담아 주었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신기한 것이었어요. 투명한 얼음 보석에서는 형형색색 신비로운 색깔이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왔습니다.

 


아지랑이는 마을 대표로 간 두 사람이 빨리 내려와 얘기해주길 목이 빠지게 기다렸어요. 다른 사람들은 유령이다 도깨비다 하면서 나쁘게 얘기했지만 아지랑이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지난 여름, 더위를 피하러 그 곳에 갔을 때 아지랑이는 그 곳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를 들었어요.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락에 맞춰 젊은 남자의 노랫소리가 들려 왔는데 어찌나 맑고 투명하던지 아지랑이는 그 자리에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었지요. 그건 운명과도 같았어요. 노래 소리는 아지랑이를 끝없는 사랑 속으로 빠져 들게 했어요. 어떤 사랑의 힘이 아지랑이를 빨아당기는 것 같았지요.

"온다. 온다구."

마을 회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외쳤습니다. 금수강산과 으랏차차는 도착하자마자 얼음 보석을 보여주며 샐녘 왕자 얘기를 했어요. 여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얼음 보석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이렇게 멋진 보석을 가지고 있다니. 왕자님이랑 결혼하면 행복할 거야."

아가씨들은 저마다의 행복에 젖어들었어요. 마치 모두 샐녘 왕자와 결혼한 신부처럼 말이죠. 샐녘 왕자가 얼음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몸이라는 말은 귀에 담아두지도 않았지요.

"근데 샐녘 왕자님은 누구와 결혼하는 건가요?"

아지랑이는 으랏차차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그, 그게, 그러니까……."

으랏차차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으랏차차는 아지랑이를 남몰래 좋아했어요. 아직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아, 그건 물어보지 못했어요. 왕자님이 그 얘긴 해주지 않았거든요."

금수강산이 대신 대답을 했어요. 금수강산은 으랏차차의 마음을 알고 있었거든요. 아지랑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어요. 물론 으랏차차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지요.

드디어 초대한 날이 되었어요. 마을사람들은 동화에나 나오는 왕자라는 얘기에 가장 멋진 파티복을 꺼내 입었어요. 혹시 멋진 보석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커다란 자루도 하나씩 가지고 갔지요. 넓은 파티장에 들어서자 마을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얼음으로 차려진 모든 것들은 옥구슬보다 더 찬란하게 빛이 났거든요. 도무지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햇살이 수정처럼 비쳐드는 유리창에는 각종 얼음 알갱이가 보석처럼 박혀 있었어요. 잔잔한 음악이 그치자 커다란 커튼 뒤에 희미한 사람 모양이 나타났어요.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늘 여러분을 초대한 건 제 결혼식 때문입니다."

"왕자님이시죠? 얼굴을 보고 싶어요."

마을 처녀들이 소리쳤어요.

"저는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놀라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세요."

"모두 알고 있어요. 놀라지 않을 거예요."

마을사람들이 소리쳤어요. 샐녘 왕자가 커튼 뒤에서 몸을 드러냈어요.

"오오!"

샐녘 왕자를 처음 본 마을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얼음으로 만들어진 사람이었어요. 놀랍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했어요. 게다가 얼음 입에서 말이 튀어나오고 손과 발이 움직이니 놀라지 않을 수가 있나요? 마을 처녀들은 얼음 왕자를 보고 더더욱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보석 왕자라고 불러야 할까요?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청년이었어요.

"왕자님, 신부는 어디 있나요?"

용감한 으랏차차가 소리쳤어요.

"신부는 여러분 가운데 있습니다."

왕자의 목소리는 수정 방울이 굴러가는 것처럼 팅팅거리며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 들었어요 .

"우리들 가운데 있다니."

마을 처녀들은 기쁨의 소리를 내질렀어요. 더 예쁘게 입고 올 걸,하며 후회하는 목소리도 들렸지요.

"평생 얼음으로 살아가야 할 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제 신부로 맞아들이겠습니다."

샐녘 왕자는 얼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어요.

"애오라지야, 얼음 보석 봤지? 네가 왕자와 결혼만 한다면 우리 집은 단번에 부자가 될 수 있어."

처녀를 둔 마을사람들은 계산을 하느라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럼, 저와 결혼하고 싶은 아가씨는 앞으로 나와 주세요."

여기저기서 마을 처녀들이 앞으로 나갔습니다. 아지랑이는 맨 끝에 살짝 앞으로 나갔지요.

"모두 열세 분이군요. 좋습니다. 그렇지만 저와 결혼하려면 한 가지 더 알아두어야 할 게 있습니다."

"부자 왕자님과 결혼하는데 뭔들 문제가 되겠소. 어서 말해 보시오"

애오라지 아버지가 웃으면서 소리쳤어요.

"그건 저와 결혼 키스를 하는 순간, 신부가 된 아가씨도 저와 같이 얼음으로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뭐라구요?"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어요. 얼음 신부가 되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요.

"당신과 결혼하면 평생 얼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오?"

애오라지 아버지가 기가 찬다는 듯이 물었어요.

"예."

샐녘 왕자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래도 저와 결혼하려는 분이 있다면 앞으로 나와 주세요."

열세 명의 처녀들은 발을 동동 굴렀어요.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부모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지요. 부모님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어요. 평생 얼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니.아무리 왕자님이라고 해도, 아무리 보석을 많이 준다고 해도 그건 견디지 못할 것 같았어요.

한 명 두 명, 마을 처녀들이 뒤로 빠지기 시작했어요. 결국 샐녘 왕자와 마을사람 사이에는 애오라지와 아지랑이 두 사람만 남게 되었어요.

"애오라지야. 너 정말 결혼할 거니?"

마을사람들이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암. 우리 애오라지는 왕자를 사랑할 수 있어요. 얼음으로 살아가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구요."

애오라지 대신 아버지가 큰소리를 쳤습니다. 애오라지는 대답 대신 눈물을 뚝뚝 떨구었어요.

"두 사람인데 누구를 선택해야 하지?"

샐녘 왕자가 고민스럽게 두 사람을 쳐다 보았어요.

"당연히 우리 애오라지가 먼저지."

애오라지 아버지가 애오라지 등을 떠 밀었어요. 애오라지는 얼떨결에 샐녘 왕자 앞으로 나아갔어요.

"당신은 얼음왕자인 나를 사랑하고 평생 나와 얼음으로 살아갈 수 있겠소?"

샐녘 왕자가 애오라지를 쳐다보며 물었어요. 애오라지는 호박보석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샐녘 왕자가 키스를 하려는 듯 애오라지 앞으로 고개를 숙였어요. 애오라지는 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안 돼! 못하겠어요. 저는 얼음으로 평생을 살기 싫어요."

애오라지가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았어요. 애오라지 아빠가 소리치며 달려갔지만 애오라지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었어요.

샐녘 왕자는 아지랑이 앞으로 다가왔어요. 아지랑이는 그 때까지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고만 있었어요.

"신부여, 나를 사랑할 수 있나요?"

"녜. 왕자님. 당신 노래를 듣는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했답니다."

아지랑이는 수줍게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내 노래를 사랑으로 들어줄 아가씨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당신이었군요."

샐녘 왕자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어요.

"아름다운 당신이여. 내 신부가 되어 주시오."

샐녘 왕자가 정식으로 청혼을 했어요.

"내 평생 당신만을 사랑하겠어요."

아지랑이가 웃음으로 화답했어요.

  

펑펑펑.

축포가 울리고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어요. 신나는 파티가 시작된 거지요. 마을사람들은 평생 얼음으로 살아야 할 아지랑이는 잊어버린 듯 음악에 빠져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처녀들은 가끔 아지랑이를 흘끔거렸어요. 동정의 표시였지요. 식탁에는 생전 보지 못한 겨울나라 음식들이 가득 놓여 있었어요. 살짝 얼어 있는 얼음 샘물을 마신 여자들은 자신들의 피부가 뽀얗게 변한 것을 알았어요. 얼음 과자를 깨 문 남자들은 온 몸 가득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겨나는 걸 느낄 수 있었지요.

드디어 음악이 그치고 결혼식이 시작되었어요. 샐녘 왕자 부모님이 머리에 얼음 왕관을 쓰고 들어왔어요. 겨울나라 대신들도 얼음으로 만들어진 궁중옷을 휘날리며 들어왔지요. 마을사람들은 아지랑이를 안타까워하며 결혼식을 지켜 보았어요. 겨울나라 무희들의 한바탕 춤을 추었어요. 축가가 울려 퍼지고 신랑이 들어왔습니다. 은빛 외투를 걸친 샐녘 왕자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졌어요. 천장에서 축가가 나오면서 신부 입장이 있었습니다. 아지랑이는 눈처럼 사뿐사뿐 걸어왔어요. 겨울나라 시녀들이 드레스를 들어주었지요. 샐녘 왕자가 앞으로 나가 신부를 맞이하였습니다. 아지랑이는 한 치의 후회도 없어 보였어요. 오히려 마을사람들이 더 안타까워했지요. 샐녘 왕자가 신부 손에 결혼 반지를 끼워 주었어요. 반지는 햇빛을 받아 수정처럼 빛났습니다.

드디어 결혼 키스를 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왔어요. 왕과 왕비부터 아지랑이를 남몰래 사랑했던 으랏차차까지 모두 샐녘 왕자의 입술을 쳐다 보았어요. 샐녘 왕자의 입술이 신부가 될 아지랑이의 입술 위에 살짝 닿았어요. 긴장한 마을사람들 입에서 꿀꺽 하고 침이 넘어갔습니다. 아지랑이의 몸이 발바닥에서부터 얼음으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마을 처녀들은 '이를 어째'하며 안타까운 말을 쏟아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빠져 나와."

발을 동동 구르는 친구도 있었구요. 눈물을 찔끔거리는 마을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나 아지랑이는 오히려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어요. 키스는 신부가 모두 얼음으로 변할 때까지 계속 이어져야 했어요. 중간에 한 사람이라도 입술을 떼면 그 순간 결혼은 물거품이 되고 말거든요.

아지랑이의 몸이 조금씩 얼음으로 변해갔어요. 샐녘 왕자와 맞잡은 손도 하얀 얼음으로 변해 있었어요. 아지랑이의 얼굴은 이제 겨울 청년과 마찬가지로 투명한 얼음으로 변했어요. 마을사람들은 축하해야 할 결혼 파티에서 눈물을 흘렸어요. 드디어 아지랑이의 마지막 머리카락 한 올까지 모두 얼음으로 변하고 말았어요.

 

쨍그랑!

순식간이었어요. 얼음 왕자의 몸에서 얼음이 떨어져 나간 건. 샐녘 왕자도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한 바퀴 휘익 돌았어요. 왕과 왕비가 뛰어나와 샐녘 왕자를 껴안았어요.

"드디어 얼음 마법이 풀렸구나."

샐녘 왕자가 소리쳤어요.

"어머니.아버지. 정말 마법이 풀렸어요. 이 아가씨가 날 사랑했다구요."

"네가 진정한 사랑을 찾았구나."

왕비가 아들의 손을 잡았어요. 마을사람들은 귀를 의심했어요. 얼음 마법이라니. 그러고 보니 결혼 키스로 왕자는 얼음에서 깨어나고 아지랑이는 얼음 조각으로 변해 있었어요. 움직이지도 못하는 얼음 기둥이 되어 있었어요. 얼음 왕자의 부모가 얼음으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았을 때 알아차려야 했어요.

 

"이 사기꾼!"

으랏차차가 식탁을 내리쳤어요. 얼음과자들이 조각조각 벽으로 튀었어요. 마을사람들이 샐녘 왕자를 향해 달려들었어요. 왕과 왕비가 가로 막았어요. 겨울나라 대신들도 앞을 가로막았어요. 백두마을 사람들은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질렀어요. 아지랑이를 살려내라고 소리쳤어요. 왕과 왕비도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마을사람들 목소리에 묻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모두 지쳐 조용해지자 겨울나라 대신들이 가로막고 있던 길을 열기 시작했어요. 트인 길로 샐녘 왕자가 얼음 조각으로 굳어 있는 아지랑이 신부에게 다가갔어요. 샐녘 왕자는 눈물을 흘리며 아지랑이 신부에게 사랑의 키스를 하였어요. 그러자 뿌연 안개가 아지랑이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어요. 안개 속에서 아지랑이의 몸이 다리부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어요. 안개가 걷히자 완전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아지랑이가 샐녘 왕자와 함께 서 있었어요. 하늘문이 열리고 우렁찬 축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어요.백두마을 사람들은 그제서야 겨울나라 신부가 된 아지랑이를 진심으로 축하했어요. 으랏차차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지요. 배를 아파한 사람은 애오라지와 그녀의 아빠뿐이었어요. 백두마을 사람들은 밤새도록 마시고 즐겼어요. 파티가 얼마나 오래 이어졌던지 백두마을에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답니다. 배 고픈 개와 고양이만 쓰레기통을 뒤지고 돌아다녀 유령 마을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가 되었답니다. 혹시 모르니까 여러분도 빨리 가 보세요. 아직 파티가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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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29 -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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