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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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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요나단
Subject   제대로 이야기 2
제대로 이야기 -2

"정말 제대로 못하겠니?"
민호가 발을 구르며 윽박질렀다.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민호는 나를 기어이 일으켜 세웠다. 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나는 다시 픽 쓰러졌다. 민호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밤이 왔다. 나는 개집 안에 엎드렸다. 온몸에 상처와 멍이 가득 했다. 이런 몸을 가지고 내일 네로를 이길 재간이 없다.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집 주인 제씨 아저씨는 나를 자기 아들 민호에게 선물하면서 대로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자기 성을 따면 '제대로'가 되는데 제대로 잘 키워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이름 때문에 나는 늘 제대로 못한다고 야단맞기 일쑤다.
'민호는 너무해. 다른 집 아이들은 강아지가 귀엽다고 늘 안아주고, 옷도 입혀 주고 그러던데, 그렇게는 못해줄망정 , 강아지끼리 싸움을 붙이는 건 뭐야?'
나는 네로를 생각하자 이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네로는 알아주는 싸움꾼이다. 곱상하게 생겼지만 보통 재빠른 게 아니다. 그런데 민호는 저런 순둥이를 못 이기냐고 늘 닦달이다.
'내일은 숨통을 끊어 놓을 테니 각오하고 덤벼.'
네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귀에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는 몸이 오돌오돌 떨렸다. 이렇게 죽긴 싫다.
그 때 미치광이 미테가 떠올랐다. 괴상한 실험을 하는 연구소에서 도망쳐 나왔다는데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험실 화학 약품이 얼굴에 묻어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미테가 도망쳐 나오면서 실험실에서 만든, 동물을 사람으로 바꿔주는 신비한 알약을 가지고 나왔다고 했다. 미테는 그 약을 마법의 약이라고 불렀다. 그 약을 먹고 사람이 된 고양이가 세 마리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신기하긴 했지만 아무도 사람이 되려고 약을 먹는 강아지는 없었다. 사람이 되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며 사는 것도 괜찮겠지만,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건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처럼 비참하게 죽느니 사람으로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고 싶다. 개의 모습으로는 네로를 벗어날 수 없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늑대처럼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미테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
"응. 사람이 되고 싶어서."
"사람 생활이 생각보다는 어렵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야 나도 각오는 하고 있어."
나는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누구랑 바꿀 건대?"
"누구랑 바꾸다니?"
"마법의 약은 바꿔치기 하는 약이야. 네가 사람이 되려면 대신 한 사람이 너로 바뀌어야 돼."
나는 한참 동안 고민에 휩싸였다.
"빨리 결정해. 잘 시간이 지났어."
미테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럼, 미, 민호랑 바꿀래."
나는 민호를 떠올려 보았다. 날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강아지 데리고 놀고 그러다 자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민호가 되어 사람 생활을 하는 게 그렇게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미테가 입 안에서 조그만 알약을 하나 꺼내 놓았다.
"사람들이 모두 잠들고 달이 하늘  중간에 걸렸을 때, 바꾸려는 사람 이름을 세 번 부르고 이 약을 삼켜. 그러면 잠든 상태로 바뀌게 될 거야. 그리고 만약 다시 개로 돌아오고 싶다면 하루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해. 안 그러면 영원히 사람으로 사는 수밖에 없어."
밤이 깊었다. 민호 방에도 불이 꺼졌다. 둥그런 보름달이 높이 떠 있었다.
"제민호 제민호 제민호."
나는 민호 이름을 세 번 부르고 달빛에 반짝거리는 알약을 꿀꺽 삼켰다.

"민호야. 왜 이리 안 일어나니? 어서 일어나. 학교 가야지."
나는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폈다. 눈을 떠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정말로 민호가 되어 있었다. 야호! 방을 스윽 훑어보았다. 책상 위에 교과서와 참고서가 흐트러져 있다.
"오늘 시험 본다며. 공부는 제대로 다 했니?"
갑자기 민호 엄마가 방문을 쑥 열고 들어왔다. 나는 너무 놀라 민호 엄마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내 얼굴에 뭐 묻었니? 왜 그렇게 쳐다 봐?"
"아, 아니에요."
민호 엄마는 흐트러진 참고서를 대충 치우더니 책상 위에 토스터와 우유 한 잔을 내려놓았다.
"아침 먹으며 책 한 장이라도 더 봐라. 이번에도 80점 못 넘으면 게임기는 모두 압수할 테다."
나는 민호 엄마가 잘라주는 빵을 몇 번 씹다 꿀꺽 삼켰다. 책은 건성으로 보는 척 했다. 빵 하나로는 배가 부르지 않았지만 늦었다고 등을 떠미는 바람에 쫓기듯이 문을 나섰다. 멀리서 강철이가 달려왔다. 나는 움찔했다. 강철이는 네로 주인이다.
"제민호. 대로 훈련, 제대로 잘 시켰냐?"
"응? 그, 그래."
"짜식. 아무리 훈련 시켜도 안 될 거야. 우리 네로는 천하무적이거든. 오늘도 진 사람이 햄버거 사는 거다."
나는 내 이름과 민호 이름이 서로 헷갈려 한참을 생각하며 대답해야 했다. 나는 수시로 내가 민호가 된 사실을 까먹곤 했다. 처음 가 본 학교라는 곳은 정말 끔찍했다. 민호가 가방을 메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가길래 학교엘 꼭 가보고 싶었는데, 민호가 이런 데서 고생하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첫 시간부터 시험이란 걸 쳤는데, 나는 하나도 몰라 눈치껏 번호를 적을 수밖에 없었다. 겨우 세 개 맞추었는데 선생님이 틀린 문제를 50번씩 써 오라고 했다. 시험이 끝나자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몇 시간 동안 듣고 있어야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먹을 때는 숟가락보다 입이 먼저 밥그릇에 갔다. 화장실에서도 습관적으로 오른쪽 다리를 들고 소변을 누다 슬그머니 내려놓아야 했다.
'사람 생활하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나는 힘이 쫙 빠졌다. 몸은 민호한테 훈련을 받을 때보다 힘들지 않았지만, 난생 처음 느껴보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이런 걸 다 참고 생활하는 민호가 새삼 우러러보였다.
"조금만 참자. 네로한테 죽는 것보단 이게 낫다."
나는 이를 악물고 사람 생활을 견뎌내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네로 시합만 피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나는 학교를 마친 뒤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강아지가 된 민호를 보러 마당으로 갔다.
"끄응."
개집 앞에 민호가 불쌍하게 축 늘어져 있었다. 내가 내 모습을 이렇게 보기는 처음이었다. 자세히 보니 귀엽게 생긴 것도 같았다.
'저렇게 귀여운데 민호는 날 사랑하지 않는가 봐.'
민호는 목이 갑갑한지 앞발로 자꾸 개줄을 잡고 흔들었다. 밥그릇에 놓인 밥은 하나도 먹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사람으로 있다가 하루아침에 개가 되어 개밥을 먹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강아지가 된 민호였다. 대로가 된 민호가 끙끙거리자 민호 엄마가 나왔다.
"민호 왔구나. 혹시 대로한테 뭐 이상한 거 먹였니? 대로가 밥도 안 먹고 이상하구나."
"아, 아뇨."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민호 엄마는 나랑 민호가 서로 뒤바뀐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두 시에 속셈 학원, 세 시에 태권도, 피아노는 네 시,그리고 바둑교실은 다섯 시니까 까먹지 말고 갖다 와라. 그리고 저녁밥 먹고 일곱 시에 영어 선생님이문제집 가지고 오니까 미리 예습하고."
멀리서 노란 버스가 한 대 달려오더니 집 앞에 멈추어 섰다. 민호가 버스를 보며 마구 짖었다. 예쁜 선생님이 나를 보며 "민호야 어서 타." 하고 소리쳤다. 민호가 버스 쪽으로 달려 나가다 개줄에 목이 탁 걸려 깨갱거렸다. 나는 엉겁결에 버스를 타고 학원엘 갔다. 학원이란 곳은 학교보다 더 재미가 없었다. 나는 마지막 바둑교실까지 마치자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었다. 사람이 이렇게 힘든 것인 줄 미리 알았더라면 이렇게 쉽게 사람이 된다고 결정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강아지들이야 주는 밥 먹고 잠을 자다가 가끔 사람과 장난이나 쳐주면 되는데, 사람은 정말 한시도 쉬지 않고 공부를 했다. 거기다가 지켜야 하는 것도 너무 많았다. 나는 하루도 채 안 된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공부를 해서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학원에서는 문제를 못 푼다고 손바닥을 때렸다. 어떤 선생님은 악을 바락바락 써서, 네로처럼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 바둑학원에서도 어제 배운 걸 다 까먹었다고 무서운 원장 선생님의 고함소리를 한 시간 내내 들었다. 나는 터덜터덜 집으로 걸었다.
"야, 제민호. 왜 약속 안 지키냐?"
놀이터에 앉아 있던 강철이가 뛰어 왔다.
"바둑 교실 빼먹고 네로랑 시합하기로 했잖아. 대로 데리고 얼른 와."
강철이네 네로가 놀이터에서 강철이 동생과 장난 치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부들부들 떨며 대로가 된 민호를 데리고 놀이터로 갔다. 이내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자, 붙어."
강철이가 네로를 민호 쪽으로 몰아 붙였다. 순하기만 하던 네로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대로가 된 민호는 내 뒤에 달라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떨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나는 억지로 민호를 떼어 내었다. 네로가 나를 알아보고 나를 물까 봐 걱정이 되었다. 네로는 순식간에 몸을 날려 민호 앞다리를 물었다. 민호가 깽 하며 한 바퀴 돌고는 모래밭에 풀썩 떨어졌다. 네로는 민호 주위를 으르렁거리며 돌았다. 오늘은 널 죽이고 말 거야.그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을 하자 갑자기 머리끝이 쭈뼛쭈뼛 서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얼어붙은 듯이 누워 있는 민호를 내려다보았다.
"네로 뭐해. 어서 물어. 완전히 끝내야지."
강철이가 소리를 질렀다.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아이들 함성이 점점 커졌다. 그 때였다. 숨을 거칠게 쉬며 쓰러져 있던 민호가 살며시 눈을 떴다. 어서 일어나라고 간절히 빌던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민호 눈이 반짝 빛났다. 강아지 대로가  아닌, 진짜 민호의 눈빛이었다. 민호가 훌쩍 일어나더니 네로를 향해 몸을 번개같이 날렸다. 민호는 네로의 목을 콱 깨물고는 모래바닥으로 내던졌다. 민호는 넘어져 있는 네로 뒷다리를 다시 깨물었다. 네로는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민호는 네로를 놓지 않았다. 네로는 잠시 발버둥을 치다 이내 꼬리를 내리고 목을 늘어뜨렸다. 그건 졌으니까 알아서 하라는 우리 동물들만의 신호였다.
"네로야!"
강철이 달려가서 민호와 네로를 떼어 놓았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대로가 된 민호를 쳐다보았다.
"민호야. 대로가 하룻밤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냐?"
나는 대답 대신 민호를 쓰다듬었다. 네로에게 물린 앞다리에 피가 약간 배어나오고 있었다.
"내일도 시합할래?"
강철이 햄버거를 사 주며 물었다.
"아니. 이제 시합은 안 할 거야."
"왜? 대로가 멋지게 이겼잖아."
강철이가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우리는 즐거울지 몰라도 강아지들은 괴로울 거야. 서로 친구하고 싶은데 자꾸 싸우라고 하면 말야."
"어쭈, 네가 강아지라도 돼냐?"
나는 속으로 '그래.' 하고 대답했다. '네가 어찌 우리 강아지의 마음을 알겠니.' 나는 강철에게 받은 햄버거를 민호에게 주었다. 하루 종일 굶은 민호가 허겁지겁 먹었다. 나는 언젠가 민호가 내게 해준 것처럼 일회용 밴드를 정성스럽게 붙여 주었다. 나는 빨리 밤이 오길 기다렸다. 민호에게 미안했다. 민호는 원치도 않는 개가 되어 멋지게 네로를 물리쳤는데, 나는 사람 생활이 너무 힘들어 빨리 밤이 되었으면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민호는 끙끙거리다 겨우 잠이 들었다.

딩동.
"민호야, 영어 선생님 오셨다. 어서 준비해라."
민호 엄마가 소리쳤다. 나는 하품을 했다. 피곤했는지 잠이 솔솔 몰려 왔다.
'아, 잠들면 안 되는데. 잠들면 안 되는데…….'
영어선생님 목소리가 아득히 가물거리며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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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02 -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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