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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요나단
Subject   봄의 풀씨가 사람들에게
봄의 풀씨가 사람들에게
 
- 송치복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봄이 다가옵니다. 두근두근 다가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사람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대지의 마음이 꿈틀꿈틀, 그 리듬에 맞춰 사람의 마음도 두근두근하기 때문입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지은 『잡초의 성공전략』을 보면 보통 1㎡의 밭에 7만5000개의 풀씨가 잠자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딛는 가로세로 1m의 땅속에 이렇게 많은 풀씨가 꿈틀댄다니 가히 대지가 들썩인다 하겠습니다.
 
봄의 풀씨는 말합니다.
‘봄이 왔으니 앞뒤 살피지 말고 무조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봄이 왔다고 반드시 싹을 틔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풀씨는 광발아성(光發芽性)입니다.
(펀주 :  광발아성(光發芽性) - 빛이 비춰야 싹을 틔우는 성질.)
 

풀씨는 물과 온도가 싹을 틔우는 데 모두 적합해도 햇빛이 자기 머리 위를 직접 비추지 않으면 싹을 틔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봄이 오고 물기가 있어 싹을 틔웠는데 그곳이 우거진 소나무 숲 아래라면 그 싹은 결코 풀로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햇빛의 은총을 직접 받지 못한 풀씨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기다립니다.
 
자신이 있는 곳이 소나무 숲이라면 자기 위에 있는 소나무가 늙고 죽어서 자신의 거름이 될 때까지 몇 십 년,
몇 백 년을 기다립니다.
식물학자에 의하면 1700년 된 명아주 씨앗이 땅 속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고 600년 된 별꽃 씨앗이 발견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앞에 나타난 풀은 평균 10년에서 20년간 땅속에서 때를 기다린 씨앗들이라고 합니다.
봄의 풀씨는 말합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나 나에겐 봄 같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자신이 어디에 떨어지느냐는 하늘의 일이고 그곳에서 어떻게 생존하느냐가 사람의 일이다.”
 
풀씨는 자신이 있는 곳이 바람 부는 바위의 틈이든 아스팔트 길의 틈새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 않습니다.
오직 있는 힘을 다해 주어진 환경을 활용하고 자신을 바꿔 생존을 이뤄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코끼리만 한 쥐나 쥐만 한 코끼리가 있을 수 없지만
풀의 세계에서는 똑같은 종의 풀이 비옥한 땅에서는 1m로 자라고 척박한 땅에서는 10㎝로 자랍니다.
그리고 그 10㎝의 풀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 떨어진 질경이 씨앗은 어떻게 할까요?
질경이는 점액을 분비하는 열매를 만들어 자신을 밟는 사람의 발바닥을 역이용해 자신의 열매를 퍼뜨립니다.
 
봄의 풀씨는 말합니다. ‘왜 하필이면 나에게…이런 어려움이 닥치지?’라고 푸념하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부족함이 재산이다. 위기가 곧 기회다.”
 
땅속에 깊이 묻힌 풀씨는 농부가 밭을 갈아엎기를 기다립니다.
소나무 밑에서 숨죽이고 있는 풀씨는 벌목을 기다립니다.
 
부족함으로 단련된 존재의 가치는 어려움이 닥칠 때 빛납니다.
지금은 글로벌 기업이 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다들 6·25전쟁 속에서 큰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봄의 풀씨는 말합니다.
잘나가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답보 내지는 퇴보하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버려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받을 것이다.”
 
풀이 성장하는 전략은 ‘버림으로써 얻는 것’입니다.
풀에게는 중력을 거슬러 땅속의 물이나 양분을 끌어당길 펌프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잎을 통해 자신의 체액을 공중에 날려버립니다.
버리면 버리는 만큼 뿌리에서 물과 양분이 딸려 올라옵니다.
그래서 버리기를 멈춘 풀이 있다면 그 풀은 성장하기를 멈춘 풀입니다.
 
오늘이 벌써 3월 7일입니다. 섬진강가에는 강물처럼 매화향이 흐르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그 향기를 맡고 최소 10년 이상 땅속에서 때를 기다린 풀씨들이 하나 둘 땅을 뚫고 나와 우리에게 인사를 하겠지요.
 
마지막으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를 살짝 바꿔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길가의 풀, 이름 없다고 함부로 밟지 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세상을 풀처럼 살아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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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16 -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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